나도 사자야! 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순진하고 친근한 캐릭터의 사자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요. 왠지 사납고 무서운 사자의 특성과는 멀어 보이는 표지 그림인 것 같아요. 이 사자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요?
누구는, 사자는 본디 이래야 한대요. 그러니까······
사자는 으르렁! 사나워야 한대요.
첫 문장을 통해 우리는 추측해볼 수 있어요. 사회적으로 규정짓고 있는 형식이나 틀에서 우리의 주인공 사자 레나드는 살짝 벗어나 있을 것 같다고 말이죠. 말랑말랑 부드러우면 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레나드는 말랑말랑 부드러워 보이네요. 레나드는 홀로 느릿느릿 걷는 것을 좋아하고, 포근포근 등에 닿는 햇볕과 살랑살랑 발치의 풀을 느낄 줄 아는 사자에요.
생각 언덕이란 곳에 올라 곰곰이 생각하고 재미난 말을 흥얼거리며 낱말들을 빼고 더해 시도 짓는 그런 사자예요. 우리의 주인공 사자 레나드에 대한 표현들이 정말 시적이면서 운율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읽으면 재미가 한 층 더 느껴질 것 같은 그림책인 것 같아요.
누군가 말하지요.
사자는 부드러우면 안 돼!
사자는 시를 지으면 안 돼!
사자가 오리와 마주치면 잡아 먹히겠지만, 레나드의 경우는 달라요. 오리와 마주친 레나드는 다정다감하게 대화를 나누고 함께 책을 읽고 신나게 놀기도 해요. 둘은 어느새 친구가 되었어요. 다른 사자들에겐 이해가 안 되는 레나드예요. 사자라면 사나워야 하고 오리를 한입에 먹어 치워야 한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레나드 생각은 달라요. 사자 친구들에게 오리와 함께 지은 시를 들려주며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요.
나직나직 말할래
잘 들으라고 으르렁거리진 않을래.
나는 벌이나 새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단다.
너희들은 말했지, 내가 변해야 한다고.
매리앤을 와그작, 잡아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친구를 먹다니! 끔찍해라, 말도 안 돼!
한가지 방법만 옳다고 다그치면 안 돼.
네가 너일 수 있는 방법은 별처럼 많아.
하지만 우리가 꼭 해야 할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야······
너는 네가 되는 거고······
나는 내가 되는 거지.
너는 네가 되는 거고, 나는 내가 되는 거! 그렇죠. 한 가지 방법만 옳다 말할 수 없어요. 정말 내용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시는 심금을 울리는 느낌이에요. 시가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한 층 더 몰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멘트도 정말 좋아요.
글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레나드는 이렇게 말해요.
"글로 나의 생각을 자라게 할 수 있다면 세상도 바꿀 수 있어."
규정된 틀과 인식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생각으로 밀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아이들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어른들 세계에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말이죠.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여 그것을 조금씩 이룩한다면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돼요.
맥스 시리즈 책을 집에 몇 권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자 이름이 익숙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처럼 따뜻하지만 선이 굵은 작품을 펴낸 저자의 또 다른 책을 보니, 맥스 시리즈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9년 오스카북 프라이즈를 수상한 책 <나도 사자야!> 책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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