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스페인 국제 어린이 그림책 공모전 '프린세사 데 에볼리상' 수상 작품이에요. 처음 이 책을 아이들과 읽었을 때 아이들이 무척 신나 했어요. 아이들이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가 책에서 펼쳐지고 있거든요.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그림들도 재미를 더하고 있어요.
어느 날, 목욕을 하고 나서 깜빡하고 수도꼭지를 안 잠갔지 뭐예요.
그날 밤 어찌나 잠이 잘 오던지요.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요.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일상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수도꼭지를 안 잠근 사건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이에요. 이 사건은 아이들을 어떤 이야기로 데려다줄까요?
저는 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특별함으로 끌어내는 능력이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스페인 작가인 루시아 세라노도 너무도 평범한 사건이지만, 놀랍도록 재미난 상상력을 동원해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음 날 아침,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하지만 그냥 아무 일 아닌 척하기로 했답니다.
아이가 놀랄 일에 호들갑을 떨었다면, 책은 재미가 덜했을 수도 있어요. 아무 일 아닌 척하기로 했다는 것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일 아닌 척하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었어요.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다른 아이들도 아무 일 아닌 척하더라고요.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학교로 갔다가 집으로 바로 돌아가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어요.
물에 젖은 어른들의 모습 잠수함과 물고기를 위한 신호등도 둥둥 물에 떠다니는 세탁기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주인공이 물고기로 변하는 장면도 엉뚱하지만 재미난 것 같아요. 이 모든 것들이 아이가 현실세계로 돌아와 식탁에 앉았을 때, 물고기가 식탁에 놓여 있으면서 이야기의 연관성이 느껴져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어요. 저 역시 읽으면서 아이들의 상상력, 순수함, 그러면서도 엉뚱한 재미도 느껴져서 정말 좋더라고요. 출판된지 좀 된 책이더라고요. 예전에 나온 책들 중, 이 번 책처럼 보석 같은 책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아요.
책의 뒷편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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