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안나는 고래래요 / 다비드 칼리 글 / 소냐 보가예바 그림 / 최유진 옮김 / 썬더키즈 / 2020.07.01.

 

 

다비드 칼리 작가는 제가 믿고 챙겨보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이에요. 가장 최근에 봤던 책이 2020년도 3월에 출간된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란 작품인데,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신간을 만나게 되었어요. 같은 글 작가여도 어떤 그림 작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림책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 번 작품은 앞서 봤던 작품과도 느낌이 확연하게 다른 것 같아요. 

 

표지에 고래와 함께 등장하는 안나가 나와요. <안나는 고래래요>라는 제목이 표지에 등장하는 아이가 안나인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수경을 끼고 고래처럼 수영을 하고 있는 안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고개를 푹 숙이고 아이들과 떨어진 채 걸어가는 안나가 보여요. 오늘은 안나가 수영장으로 가는 날이에요. 몸을 이리저리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7번 레인까지 숫자를 세며 걸어가요. 안나는 수영을 하는 것이 결코 즐겁지 않다는 것이 첫 장의 그림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수영복을 입고 있는 안나의 뒷모습은 뚱뚱해 보이기도 하네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 걷고 있는 안나. 친구들은 물에 뛰어드는 안나가 일으키는 물보라를 보며 안나를 놀리고는 해요. "안나는 고래래~요, 고~래!"

 

잔뜩 주눅 든 안나가 어쩔 수 없이 물에 뛰어들고, 그 물이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이의 감정 상태가 어떨지 충분하게 느낄 수 있어요. 안나는 조금도 즐겁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거예요. 원하지 않는 상황,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단순히 피한다고 해결이 될까요?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러한 상황과 역경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마음일 거예요. 저 역시 이 책을 보며, 우리 아이가 안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까 란 생각에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자신들에 비해 잘하지 못한다고 놀리고 있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표정이 무척 안 좋은 안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며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가 모든 부분을 평균 이상으로 잘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친구들이 못한다고 놀릴 수도 있고, 자신 스스로 못하는 것에 주눅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럴 때 아이 스스로 자신이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되 그것이 전부인양 매몰되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겠지만. 회복 탄력성이 좋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본래의 자신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안나에겐 정말 좋은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죠. 선생님은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수영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안나에게 "뭐든지 할 수 있는 마음의 비밀"을 알려줘요. 

 

"그것 참 희한한 생각이네." 안나는 혼자 중얼거리고 선생님 말대로 해봐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만 다르게 먹었을 뿐인데, 자신 주변에 일상적인 상황들이 달라지지요. 가벼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수영을 하니 수영도 잘하게 돼요. 이제 친구들은 안나를 놀리지 않아요. 

 

그리고 뒤이어 친구가 안나에게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릴 것을 제안하지요. 우리의 안나는 어떻게 했을까요? ^^

 

 

모두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긍정적 사고가 아닐까 저는 생각해요. 모두가 힘들고도 긴 코로나 사태를 겪어내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 역시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이 어렵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도 어려워요. 그 상황에 젖어 계속 힘들어할 것인지, 그 상황 안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극복할지는 우리의 마음 상태에 달려 있어요. 

 

따돌림, 자존감, 그리고 관점에 대해 논하고 있는 이 번 그림책은 아이들이 일상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를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마음이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

 

수영장이 배경이라 그런지 여름 시즌에 이 그림책을 읽기에 시원한 느낌도 들고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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