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있나요?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을 모른다면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겠죠.
그렇다고 그에게 맞춰 모든 걸 바꿀 건가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책 뒤편에 적혀있는 문구예요. 멋진 말인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이성친구에 눈을 뜨기 시작할 무렵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짝사랑 길게 했었어요. 물론, 그분도 제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어요. 저 혼자 좋았다가 힘들었다가를 반복하며 몇 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들도 지나고 보니 참으로 귀하고 값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그처럼 농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물론 공부를 해야 하는 학창 시절이지만 감정적으로 풍성하게 지낼 수 있어 나름 의미 있었던 시간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요.
난 마틴이 좋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우리 주인공이 등장해요. 마틴이 옆에 지나갈 때면 코끝이 간지럽고 무릎이 휘청거리지만 마틴은 나를 쳐다보지 않아요. 친구들은 나에게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아요.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나는 해봤어요.
내가 머리를 풀고,
안경을 벗고,
미소를 살짝 띠고,
흥얼거리는 것을 멈추고,
주근깨를 가리고,
말 안 하고 조용히 있으면서,
날개도 없앤다면 마틴이 반드시 나를 쳐다볼 거야.
하나씩 친구들의 말에 따라 해 보았지만, 마틴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날개를 떼고 학교에 갔더니 마틴이 날 봤어요. 그런데, 나는 그제야 느끼지요. 이제는 내가 날 볼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좋아하는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들이 해준 말에 따라 자신을 바꾸었는데, 그런 모습의 나는 내가 아닌 느낌이 드는 것이었어요. 결국, 친구들에게 자신은 머리를 묶는 게 좋고, 안경을 쓰는 게 좋고, 활짝 웃고 싶고, 흥얼거리는 게 좋다고 말하지요. 주근깨도 마음에 들고, 말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요. 날개가 없는 거, 이건 내가 아니라고 말이죠.
우리 아이들은 개개인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요. 사춘기가 되면 자신의 외모를 연예인과 비교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못생겼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어요. 엄마나 아빠의 평소 가치관도 크게 영향을 끼칠 테고요.
외모에 너무 초점을 맞추어, 몸매에 대한 평가를 아이들 앞에서 자주 언급하는 경우 아이들도 지나치게 외모지상주의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체중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할 거예요. 하지만,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에 너무 치중하는 부모의 모습은 그리 건강한 태도는 아니라 생각해요.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보여지는 모습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편하게 여기는 것을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보여주고 그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저는 생각해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아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꾸미기보다 꾸밈없는 진솔한 모습이 잘 통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관계에 대한 고민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느 시기의 사람이든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닌가 생각해요. 스페인 아마존 베스트셀러라고 붙은 문구가 그 나라 국민들의 고민이 반영된 것 아닐까 싶어요. 물론, "나다움" 그림책으로 이 그림책도 작품성이 좋은 것 같아요.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이런 부류의 그림책과 동화를 보고, 자존감 높고 나다움의 아름다움을 일찍 깨우치며 자랐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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