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도에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 작품을 처음 접하고, 모든 작품을 아이들과 함께 다 읽어봤었어요. 그 뒤로도 꾸준히 많은 작품을 내고 있는 작가이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예요. 어른들을 대상으로 펴낸 에세이 <아빠가 되었습니다만> 작품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3월에 신작이 나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되었어요. <이게 마음일까?> 작품도 2월에 나왔더라고요. 정말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멋진 작가인 것 같아요. 작가들이 작품을 한 두 권 내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작품을 내는 것은 쉬운 영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고, 슬럼프의 영향을 덜 받는 작가로 볼 수 있으니 말이죠.
이 번 작품 역시 기발하기 그지 없는 것 같아요.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고무줄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거기에 작가만의 그림 스타일의 어린 여자아이 캐릭터가 등장하지요. 고무줄을 손에 걸고 신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우리의 주인공은 쓰레기 통 옆에 떨어져 있는 고무줄을 발견해요.
"엄마! 엄마! 이 고무줄 버릴 거야?
있잖아, 이 고무줄 나 주면 안 돼? 응?"
"그래. 가져."
고무줄이 생긴 아이는 신이나요. 자신만의 것을 갖고 싶었다고 말하죠.
'오빠한테 물려받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을 갖고 싶었다는 말을 보니 우리 딸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어요.
잠깐 빌리거나 사이좋게 다 같이 쓰는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이 생긴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죠.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나마의 것이지요. 목욕도 함께 하고 잠도 같이 자요. 어른이 되면 이 고무줄을 이용해 멋도 부릴 계획을 잡고 있어요. 고무줄 하나로 지구를 구할 계획까지 하는 우리 귀여운 여자아이. 자신의 보물로 여기며,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거라 다짐도 해요.
오빠가 자신의 보물을 비웃을 거란 것을 예상하기도 해요. 그리면서 오빠가 보물이라고 여기며 모은 것들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정말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서 웃음이 나왔어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 들고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도 반추하고, 할머니와 아빠가 소중히 다루는 것도 떠올려보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보물을 갖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내죠. 그러면서 고무줄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며 신나 하는데, 그만 고무줄이 끊어져요. 그리고는 보이는 여자아이의 반응이 정말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이 특성과 심리를 너무도 잘 반영한 책이 아닌가 생각되요. 저희 애들도 한 번씩 고무줄처럼 특별해 보이지 않는 물건을 들고 와 자신이 써도 되냐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작은 물건에 대해서 저도 그냥 허용해주는 편인데, 박스처럼 큰 물건을 자신이 쓸 곳이 있다며 달라고 하면 난감하게 느껴질 때도 많아요.
공간 차지도 많이하고, 보관하기 불편해서 하나 둘만 모여도 방이나 거실이 쓰레기장이 된 느낌이 들거든요. 이 그림책을 보며, 부피가 작다면 최대한 허용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를 고민하는 것만큼 상상력을 발휘하기 좋은 것은 없다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이들이 말하더라고요.
"엄마 동생 고무줄은 저거인 것 같아요."
"그렇네, 그럴 수도 있겠네."
우리에겐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아이 본인들에겐 정말 소중하게 여겨지는 물건이면 고무줄처럼 소중한 물건이지요. 딸은 유독 애착을 보이는 물건들이 있어요. 새로 사준 장난감도 참 애착을 보이며 소중히 다루는 편이지요. 상대적으로 아들은 딸에 비해 애착감을 덜 보이는 것 같아요.
어젯밤엔 여행 중 차에 놔둔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장난감인데 필요하다고 잘 때 필요하다고 말해서 늦은 시간 주차장에 있는 차에 가서 가져다주었어요. 아침에 차에 가면 주겠다 달래 보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찾았고 신경을 쓰는 것 같아 그냥 갖다 줬어요. 덕분에 아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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