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요즘 엄마 아빠가 죽을까봐 두려워해요. 엄마 아빠가 나이가 들어 죽는 것도 무섭고, 병이 생겨 죽는 것도 두려운 일이라 느껴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렸을 때 그랬어요. 내게 전부로 느껴지는 부모님이 갑자기 사라질까 무척 두렵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될 수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그런 상황들을 다룬 그림책을 읽으며 그와 관련된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저의 판단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의 저를 반추해보면 꽤 오랜 시간 저 또한 이런 두려움과 무서운 감정에 휩싸였던 것 같아요. 피한다고, 피해지는 생각이 아니니 마주하여 다각도로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생각을 끈을 놓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표지의 제목만 보아도, 정말 슬픈 느낌이 들어요. 표지를 본 아이들의 반응도 슬프다고 했어요.
자동차에 부딪혀 유령이 된 엄마 이야기가 속제목과 함께 시작돼요. 속 제목 아래에 글이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 장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에게 두 번째 읽어줄 때 알게 되었어요.
다섯 살 건이가 마음에 걸린 유령 엄마는 집까지 날아가 건이가 어떻게 하고 있나 봐요. 엄마가 하늘나라 갔다는 사실이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픈 건이. 할머니께 엄마한테 미안했던 일들을 털어놓아요. 그런데, 12시가 지나자 엄마를 볼 수 있게 돼요.
유령이 되어 나타난 엄마가 신기한 건이는 엄마와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음이 터져요. 엄마 없는 것이 너무나 싫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엄마와 바깥 산책을 가서 유령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요.
"엄마, 유령이 엄청 많네."
"그럼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으니까. 죽지 않는 사람은 없어.
죽은 뒤에 '살아 있을 때 왜 그랬지.'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유령이 되는 거야."
이어지는 대화는 정말 슬픈 것 같아요. 조카도 이야기를 듣고 있고, 우리 아이들도 듣고 있어 저는 울음을 삼키며 읽었는데 아이들이 보고 있지 않았다면 울컥해서 울었을 것 같아요. 죽은 엄마가 건이를 향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인데, 많은 엄마들이 공감할 것 같은 장면이에요.
"건이, 널 낳은 거. 그건 정말 엄마가 보기 드물게 거둔 성공이란다.
눈물을 펑펑 흘렸어. '널 낳으려고 내가 태어났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건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걸 발견했으니까."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인 것 같아요. 자식으로 살아가다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삶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싶어요.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존재로 자식 말고 또 다른 존재가 과연... 있을까요? 자식을 낳아야 부모 심정을 알 수 있다는 말은 범접할 수 없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가늠이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혹시나, 아이들이 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울지는 않았어요. 아이들 나름 웃음 포인트를 잘 찾아, 깔깔 웃으며 보았어요. 그러면서 연신, 저의 팔을 쓰다듬으며 큰 아이는 말했어요.
"엄마 죽지마"
아이가 가장 먼저 형성한 관계 부모라는 존재의 부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줄 거라고 생각돼요. 하지만,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아이가 인지하고 부모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도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조금 알게 되었겠지요.
아이의 막연한 상상 속 불안함이 책을 통해 조금 잠잠해지길 바라는 마음인데, 어땠을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어준 다음 날, 조카들도 우리 아이들도 여러 차례 이 책을 펼쳐 스스로 보기도 하고 읽어달라 말하기도 했어요.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아 다행스럽고, 재미있게 봐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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