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눈을 맞추자 인생이 달라졌다 / 브라이언 그레이저 지음 /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20.05.20.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인사를 할 때나 사과를 할 때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어요. 바로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는 것이지요. 다른 것을 보고 있으면서 입으로만 인사하는 것을 저는 허락하지 않아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물론, 또래와 놀다 사과할 일이 있을 때도 눈을 보지 않고 인사하면 눈을 보고 말하세요, 라며 짚어주지요. 

 

다른 곳을 쳐다보며, 말만 하는 것은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다고 저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 상대방 눈을 보며 말하라고 일러줄 때가 많아요. 사소한 듯한 이 행동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는 것을 저자는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는 온라인으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소외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19~32세 사이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SNS 사용량이 상위 25퍼센트에 속하는 이들은 가장 적게 사용하는 이들에 비해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터넷이나 SNS가 등장하기 전에도 인간은 외로움을 느꼈지만 현재 우리는 새로운 수준의 소외감에 도달했다. 오늘날 미국인 중 거의 절반이 외롭다고 이야기하며 영국에서는 '외로움부' 장관 임명을 승인할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요즘 사람들은 진정한 관계와 소속감, 인정에 굶주려 있다. p.18

 

이러한 이유를 저자는 스마트폰에 주의를 기울이고 온라인 소통을 하느라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런 글귀를 보니 아이들 앞에서 별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저와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지요. 다른 사람과 충분히 눈을 맞추지 않은 아기들이 신경질환 뇌질환 걸릴 위험도 높고, 또 눈을 맞추지 못하는 어린이나 어른은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상대방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 할 것을 강조한 나는 아이들과 충분히 시선을 주고 받았던가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 동안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아이들이 말을 걸어와도 바라보지 않은 적이 많았는데, 신경 써서 시선을 맞추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대화 내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나는 베로니카에게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 나를 쳐다보는 베로니카의 눈에도 나를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우리는 눈을 통해 서로에 대해 호기심을 내비쳤고 상대를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사소한 대화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그때 만약 내가 베로니카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더라면 영영 이런 즐거움은 느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p.32

 

저자는 지금 함께 살고 있고 자신의 아이의 엄마인 베로니카와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책의 서두에서 말하고 있어요. 첫눈에 반했다, 라고 우리가 표현하는 것처럼 저자도 아내를 처음 만난 날 눈빛 교환에서 끌림을 느꼈다고 해요. 둘이 서로 사귀게 되었다는 말을, 눈이 맞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이처럼 이성과 교제 하는 데 있어서도 눈을 맞추는 것은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런 눈빛 교환은 서로 마음이 통했을 때 효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겠어요? 상대방은 전혀 관심 없는데 괜히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간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상대를 잘 봐가며 눈빛을 던져야 할 것 같아요. 

 

 

책은 이처럼 파트별 정리가 되어 있어요. 저자가 유명인사라 그런지 자신이 겪은 재미나고 특별한 경험담이 참으로 많이 나와요. 빌 게이츠 앞에서 연설을 할 때 빌 게이츠의 시선을 끌었던 것도 흥미로웠고,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을 때 소감을 말하는 경험도 재미나더라고요. 그런데, 저자의 이런 경험을 읽는 것 보다 저자가 전달하고 자하는 메시지를 보고 싶다면, 정리하기를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나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나오고 또 그들과 좋은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 저자가 관계 맺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저 운이 좋거나, 그 위치에 있어 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상대방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위치에서나 비슷한 노력과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유명한 사람들에게도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관계 맺기를 시도한 저자의 열정이 놀라웠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식견이 넓어진다는 교훈을 깨닫았고, 했는데 그래서 그는 더 적극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넓혀 나간 것 아닌가 생각돼요.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생각과 존재,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 본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인이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게속 상기하면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롭게 보인다. p.206

 

확장해오던 인간관계를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좁게 형성하려 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 피로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몰두하며 더욱 그런 것을 소홀히 여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책에서 얻지 못하는 또 다른 경험과 깨달음을 새로운 만남을 통해 얻기도 하겠지요. 타인이 갖고 있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객관화시켜 볼 수도 있고 말이죠. 안정적인 관계에만 몰두하기보다, 새로운 관계 맺기에도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SNS시대에 타인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연륜있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 들어요.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을 이처럼 짧은 시간에 농밀하게 탐험할 수 있다는 것은 독서하는 사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내용도 좋고, 그의 경험담을 읽는 재미까지 맛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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