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나는 오, 너는 아! / 존 케인 글그림 /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05.24.

책을 받아서 보니 하늘색 바탕에 분홍색 띠지에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띠지에는 영국 올해의 그림책 상, 미국 어린이가 뽑은 최고의 책, 아일랜드 올해의 어린이 책 마크가 찍혀 있었어요. 팬티를 거꾸로 쓰고 있는 당나귀도 익살스럽지만, 제목이 독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오, 너는 아!

말놀이 하는 그림책인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을 열어보았어요. 

 

 

 그림책인데 그림은 보이지 않아요. 오로지 노란 바탕에 글만 잔뜩 있더라고요. 

 

꼭 기억해.

아주 쉬워!

내가 

하면

너는 크게 

하는 거야!

 

알겠지?

 

그림책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고 있어요. 독자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더라고요. 이건 뭐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이러는 걸까? 다음 장을 넘겨봤어요.

 

 

하늘색과 노란색을 바탕으로 글자가 또다시 나타났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독자와 대화를 시작했어요. 

 

책: 오

(나: 아)

책: 안들려 오

(나: 아)

책: 한 번 더, 더 크게! 오!

(나: 아)

책: 그렇지!

 

나도 모르게 입으로 '아' 소리를 내며, 책을 보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읽어줬더니 아이들 반응도 즉각적이었어요. 마지막에 책이 오! 크게 외치자 아이들은 아주 큰소리로 아~~ 라고 외치더라고요. ^^ 밤에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거였는데, 이웃집에서 들었을까 괜히 마음을 졸였지요.

 

책은 독자에게 또 다른 미션을 줘요. 빨간색이 나오면 머리를 톡치라고 말이죠. 오오오 글자와 함께 빨간색 바탕이 나오니, 아이들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아아아 거리며 빵 터졌어요.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책은 보고 있는 것마냥, 

 

그만 때려. 아프잖아. 

 

위로를 건넵니다. 장난꾸러기 책 같지요? 아이들은 점점 흥미로워하며 책과 저의 입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에요. 만약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를 수 있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을 걱정은 붙들어두셔도 될 것 같아요. 우리 집에 있는 두 아이들은 정말 즐거워하며 반응을 보였거든요. 다른 아이들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고, 미션을 주는 책이 아주 반가 울 거예요. 

 

 

복잡하지 않은 미션을 아이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수행할 수 있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재미는 책을 보는 재미로 연결될 거예요. 글이 아닌 그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개미가 보이면 팬티라고 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뒤 곧바로 개미가 등장하지요. 

 

멀뚱멀뚱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연두색 개미가 귀엽게 느껴지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동물 친구로 당나귀가 등장해요. 당나귀가 그림책 속을 활보하며 아이들 반응에 즉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당나귀가 슬퍼 보이지요?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무엇을 잃어버렸을까요? ^^

 

수동적인 독자를 능동적인 독자로 이끌어내 그림책의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그림책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독자로 하여금 특별한 책 읽기가 가능하게 만든 것 같아요. 말놀이 하듯 시작한 그림책은 어느덧 이야기의 중심에 독자가 서있게 만들지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이 그림책이란 예술 영역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아, 참으로 기분 좋게 읽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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