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위대한 전투 / 안드레아 안티노리 지음 / 홍한결 옮김 / 단추 / 2020.01.15.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 보았던 책을 성인이 되어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말이지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 사태에 읽지 않았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묘하게 우리의 상황과 닮은 듯해서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책 속에 주인공은 비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어요. 한 줄기의 비가 내릴 때부터 시작해 폭우가 내려 홍수가 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비와 사투를 벌이고 있어요. 피하기도 했다가 맞기도 했다가 별의별 짓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재미나게 그려지고 있지요. 그림은 그저 크레파스로 무심한 듯 그린 것 같지만, 그 표현력은 명쾌해서 웃음이 절로 나와요. 섬세한 터치가 아니라 그런지 그림에 정감도 가는 것 같아요. 

 

 

그림책을 보며 저는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되었어요. 처음은 주인공의 한 줄기 비처럼 한 두명만 발생했지만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았어요. 그리고 상황이 종결되는 듯 비가 그친 듯했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듯이, 우리의 상황도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지요. 

 

저자가 지금의 상황을 두고 만든 작품은 아닐 거에요. 코로나가 아니라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며 이런 <위대한 전투>와 같은 상황들과 마주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자꾸 피해보고 이겨내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낙담할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주인공은 어느 순간 그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해요.

 

 

그래, 이만하면 다행이지. 

비가 더 세차게 내리는 것보단 낫잖아?

똥이 내리는 것보다 낫고

호랑이가 내리는 것보다 낫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또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요. 

 

그래,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집에서 머물며 학습하는 것이 학교를 보내서 불안하게 마음 졸이는 것보다 나을지도 몰라 생각하다가도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우리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 있어요. 비를 막아보려던 주인공의 모든 노력이 무산되고, 결국 주인공을 태울 버스가 도착해요. 버스를 탄 주인공은 이제 만족해야 할까요? 하지만, 버럭 또 화를 내게 되지요. 그는 왜 또 화가 났을까요? 

 

이 그림책이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상황을 이겨내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들도 코로나 사태로 지치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하겠지요. 

 

 

의료진은 의료진의 위치에서 교사는 교사의 위치에서 엄마들은 엄마의 위치에서 말이지요. 우리의 이런 노력이 수반될 때 백신이라는 버스가 우리를 태우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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