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내 꿈은 조퇴 / 배지영 동화집 / 박현주 그림 / 창비 /2020.06.19.

 

"엄마 조퇴가 뭐예요?"

"학교에서 정해진 시간 이전에 하교하는 경우를 조퇴라고 하지."

"그럼 나는 조퇴 안 하고 싶어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큰 아이는 학교에 이제 9차례 갔어요. 그마저도 3시간 30분가량 머물다 집에 오니, 조퇴하는 친구를 본 적도 본인이 조퇴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학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라, 중간에 집에 오려고 하지도 않겠지요. 생각하니, 짠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가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이제 1학년이지만 학교를 일주일에 한 번만 가는 큰 아이에게 책 제목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왜 우리의 주인공은 조퇴가 꿈일까 싶었을 거예요. 그런 1학년 큰 아이와 4일 동안, 책을 잠자리에서 함께 읽었어요. 너의 느낌을 좀 말해줘, 라는 엄마의 요청에 아이는 말했어요. 

 

이 책은 웃기고 놀라웠어요. 선규는 6살부터 조퇴를 알고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나는 조퇴를 안 하고 싶어요. 조퇴를 하면 학교 급식을 못 먹으니까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학교 가는데 조퇴하면 또 일주일 기다리는 게 너무 길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손톱 빠지는 이야기 보면서, 내 손톱이 그렇게 빠진다면 저는 많이 울 것 같아요. 그래도 선규는 씩씩하게 잘 참은 것 같아요.

 

처음에 읽자고 책을 펴니, 큰 아이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저는 두 장만 읽어보고 결정하는 게 어떻냐고 말했고, 아이는 좋다 했지요. 처음 두 장을 읽어줬어요. 너무나 평범한 형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예요. 제규와 형은 10살 차이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여느 형제들처럼 티격태격하는 사이예요. 형 심부름을 하던 선규는 손가락이 문틈에 끼어 손톱이 빠지고 피가 났어요. 여기까지가 두 장 분량의 내용인데, 큰 아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들었어요.

 

 

계속 볼거냐는 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읽어주고, 다음 날도 읽어주며 4일에 걸쳐 읽게 되었어요. 제규가 손톱이 빠지고 난 후 치료를 받는 과정과 아프기에 집에서 누리는 특혜들이 아이들 입장에서 꽤 공감이 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인지 큰 아이는 읽어주는 내내 실실 웃으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책은 <손톱이 빠진 날>, <내 꿈은 조퇴> 두 가지로 이야기로 나뉘어 있어요. <손톱이 빠진 날>을 재미나게 읽고, 이어 <내 꿈은 조퇴>도 읽었어요. 우리 아이들의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에서 재미와 즐거움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었어요. 

 

책 속에 나오는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코로나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현재 누릴 수는 없지만, 아이의 시선과 입장에서 그려진 이야기라 아이들이 쉽게 공감하며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았어요. 선규가 놓인 상황과 감정에 이입되어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준 큰 아이.

 

선규가 유치원 다닐 때 형은 아프지도 않은데 조퇴를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곤 했어요. 이 부분에서 왜 조퇴를 한 거지?라고 독자 입장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자의 <소년의 레시피> 에세이집을 읽은 저 같은 독자들은 짐작을 할 수 있지요. 선규의 형 제규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야간자율 학습을 하지 않고 집에 일찍 왔다는 사실을 말이죠.  

 

선규는 형처럼 조퇴를 하고 싶었고, 꾀병을 부리기도 하고 속이 안좋기도 했지만 3학년이 될 때까지 소원을 이룰 수 없었지요. 결국 아픈 듯해서 학교를 가지 않고 진료를 받지만, 다음 날 또 멀쩡하게 등교를 하지요. 

 

선규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해보세요.

 

우리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무엇을 더 바랄까 싶어요.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의 병행으로 조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요즘, 우리 아이들이 선규처럼 씩씩하게 아픔도 잘 이겨내고 이웃과 더불어 유쾌한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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