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납작한 토끼 /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19.06.18.

 

친정에 갔다가 할머니를 뵈러 시골로 가는 길, 도로에 누워 있는 고라니를 발견했어요.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나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살짝 보이는 고라니를 발견하고 잠시 브레이크를 밟았지요. 그리고 차선을 변경해 지나갔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도로에서 한 번씩 마주하게 되는 로드킬. 그 동물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그림책이에요.

 

개와 쥐는 길을 가다 납작해진 토끼를 발견해요. 둘은 한동안 토끼를 가만히 쳐다봤어요.

 

 

쥐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 누워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쥐가 개를 보고 말했어요. 

"내가 쟤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어." 개가 말했어요.

쥐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어요. "옮겨 줘야 하지 않을까?"

개도 그러자고 했어요.  그렇지만 어디로 옮겨야 할까요?

 

심각할 수 있는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그림책은 심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익살스럽게 그려지고 있지요. 로드킬을 다룬 그림책 김동수의 <잘 가, 안녕>은 슬프고 우울하지만, <납작한 토끼>는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느낌이에요.

 

 

쥐와 개는 공원에 가서 납작한 토끼를 어디로 옮길지 정말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개는 독특한 생각이 떠올랐고, 쥐에게 설명을 해줬어요. 납작해서 찢어질까 걱정되었지만, 찻길에서 조심스레 떼어 낸 토끼를 데리고 일단 집으로 갔어요. 그리고 개와 쥐는 무언가를 만드느라 밤을 새웠어요. 이 둘은 토끼를 위해 어떤 일을 꾸몄을까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순수한 아이의 입장으로 죽음에 접근하는 쥐와 개. 8살 아이와 5살 아이는 이 내용의 속 뜻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납작한 토끼가 왜 납작해졌는지도 유추하기 어려워했고요.

 

죽은 토끼와 따뜻하고 배려 깊은 이별을 시도하는 개와 쥐를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 어떤 생명도 헛되거나 가벼이 여길 수는 없어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언제나 같은 방향일 수 없고요. 색다르지만, 그 죽음을 배려하는 쥐와 토끼의 고민과 결정에서 우리는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잠시 차를 세워두고, 죽은 고라니를 옆으로 치웠다면 그 날의 찝찝한 마음이 한 결 덜했을 수도 있겠어요. 로드킬 당한 동물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은지, 알아보고 신고하는 곳이 있다면 그 번호도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이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잠시 생각만하고 말았겠지요. 그리고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잠시 또 찝찝하고 말겠지요. 그림책은 우리로 하여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을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생각은 또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https://coupa.ng/bHwNoP

 

납작한 토끼

COUPANG

www.coupang.com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