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메타인지 학습법 / 리사 손 / 21세기북스 / 2019.06.26.

얼마 전 세바시 강연을 통해 저자 리사 손의 강연을 봤어요. 말투가 부자연스러워 기억에 남는데. 저자는 메타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어요.

 

메타인지(meta-cognition)

1. 자기 자신을 보는 거울

2. 스스로를 믿는 능력

3. 나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인정하는 것

 

단어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 개념에 대해 제대로 알지는 못했는데 강연에서 메타인지에 대해 인상적으로 말해주더라고요. 관련하여 책으로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밀리의 서재에 리사 손님이 낸 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번에 읽어봤답니다.   

 

 메타인지는 사실 아주 먼 옛날부터 잘 알려진 인간의 기본적 능력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 아폴로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던 그 유명한 신탁 '너 자신을 알라',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다. 

 추상적으로 설명하자면 메타인지는 자기가 자신을 아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말은 '자기거울'이다. 자기의 모든 인지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 바로 메타인지인 셈이다. 한마디로 메타인지는 '자신의 기억, 느낌, 지각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할 수 있다. 

 

책에서 메타인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아이가 자신이 아는 것을 들여다보는 행위. 아이들은 얼마나 스스로를 판달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을 떠 올려봐도 큰 아이 같은 경우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직 만 3세인 둘째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도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에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주요 결정들을 제가 해준 것 같아요. 학습에 있어서도 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첫째,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메타인지는 근육처럼 본인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자녀의 메타인지 근육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아이의 인지를 자신들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아이가 자기 스스로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부모가 빼앗는 셈이다. 

둘째, 부모는 '학습화된 세 가지 착각'으로 인해 자녀에게 잘못된 기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아이의 메타인지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부모와 아이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학습화된 세 가지 착각은 다음과 같다.

 

착각 1. 빠른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착각 2. 쉬운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착각 3. 실패 없는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저 역시 많이 빼앗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에서 말하고 있는 3가지를 저 역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르고 쉽고, 실패 없이 할 수 있기를 바랬던 것 같아요.

 

"숙제를 끝내야 놀러 나갈 수 있어."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이에게 해봤을 이야기다. 이 말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 싶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말은 '숙제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하려면 숙제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숙제를 통한 학습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내포한 말이라는 의미다. 결국 아이들은 빨리 놀고 싶은 마음에 숙제를 건성으로 해치우고 마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학습에 대한 집중력과 흥미가 떨어진다. 숙제는 완성도와 상관없이 '끝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가 하루에 일정 분량의 공부를 끝내도록 하는 과정에 위에 비슷한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공부를 끝내면 무언가를 하게 해줄게 같은 말을 저도 자주 말한 것 같아요. 그런 학습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내포한 말을 저 또한 자주 쓴 것 같아요. 

 

아이가 자발적으로 해야할 부분들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는 날도 정말 많아요. 그럴 때 조건을 내세워 아이가 학습을 하도록 유도했는데, 아이는 집중력도 흥미도 없이 그냥 끝내는 것이 오로지 목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아이가 학습 그 자체에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어린 학생들이 학습을 경쟁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는 말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 끊임없이 '비교'하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자신의 어릴 적 학습 속도와 아이의 학습 속도를 비교하거나 아이의 성적을 아이 친구의 성적과 비교하는 부모는 느린 아이의 학습 속도를 이해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무엇이든 처음 배우는 것은 느릴 수 밖에 없고 어떤 것은 몇 년 혹은 몇 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느린 아이의 학습 속도를 이해하는 것이 부모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아이마다 학습을 소화하는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우리 아이를 재촉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처음 배우는 것은 느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이 속도에 맞춰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지적인 면에서 실수와 실패는 학습이 서툴다는 징표지만 메타인지를 키우는 데는 좋은 환경이 된다. 실수와 실패가 없는 환경은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더 큰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아이가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을 통해서 아이는 배우게 될테니 말이지요. 

 

미국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의 학습 습관을 비교해보면 이 부분에서 극명한 차이점이 나타난다. 미국 아이들은 문제를 풀 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이나 글로 차근차근하게 풀어낸다. 어른들은 문제 풀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빨리 해" "그래, 이거지"라는 식의 재촉이나 중간 평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가 생각을 미처 다 하기도 전에 답을 말해주거나 "빨리 답을 맞춰봐"라고 재촉한다. 

 

오로지 아이들의 학습 목표가 답을 맞추는 것에만 있는 것처럼 저도 재촉한 적이 많았던 것 같아, 반성을 했어요. 몇 차례 틀리다 보면 배워가는 것인데 오로지 정답을 맞추기 위해 공부를 하는 마냥 아이에게 요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시간을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한국의 현실적인 학습 환경을 무시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속도대로 공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나도 잘 안다. 아이가 뒤처지거나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부모의 불안감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모다. 지금이라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듣게 되는 조언들로 머릿속이 많이 복잡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위로를 받은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생각할 부문은 우리 아이의 행복이지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나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이야기에 요며칠 폭풍우가 몰아치듯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고민하는 엄마가 되아야 겠다 생각했어요. 

 

 

 

메타인지 학습법: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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