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하루거리 / 김휘훈 / 그림책공작소 / 2020.01.20.

할머니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만든 그림책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어요. 하루거리는 조선시대나 구한말, 6.25 전쟁 전후로도 상당히 성행했던 질병 말라리아의 일종으로 학질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1970년대 대부분 사라져, 그 이름도 생소한 질병을 그림책 제목으로 하고 있어요. 가난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 시절에 느낄 수 있던 정겨움이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책이에요.

 

쟤는 순자야.

걸을 때 왼발을 잘름거려. 

다친 걸 안 고치고 그냥 뒀다나?

 

순자는 큰집에서 더부살이를 했어.

나이 어려서 엄니 아버지 모두 여의고

동생들마저 마을 아무개네 집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았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지요. 늘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다니며 나물 해서 팔러 다니던 순자의 모습이 나무 위에서 노는 아이들과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순자의 힘든 상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아요. 친구들은 순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하루거리에 걸린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하게 되지요. 

 

 

순자가 물길러 가는데 도와주러 나선 분이는 죽게 해달라 빌었다는 순자의 말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해요.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친구들은 각자의 민간요법을 동원해 순자의 병을 고치려 하지요. 하지만 증상은 하루 걸러 나타나고 또 나타나요. 과연, 우리 친구들은 순자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과거 우리 윗세대의 삶이 담겨 있는 그림책으로 가슴이 아프지만 동무들의 우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감동이 느껴지는 그림책이에요. 순자는 하루거리로 아픈 것보다 외로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돼요.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가고 마음의 문을 연다는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어요. 

 

수묵 담채화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이야기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그림책을 보며 엄마 어린 시절 이야기도 생각나고, 할머니 들려주신 옛이야기도 생각이 났어요. 우리 옛 선조들의 힘들고 슬픈 과거가 이야기로 그림책으로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설고 생소하겠지만, 과거의 힘든 삶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삶이 가능한 것이니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의 말

 

이 그림책은 우리 할머니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만들었습니다. 하루거리는 '학질'이라고 해서, 예전에 가난하고 굶주리던 아이들이 앓던 병이었습니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병이지요. 하지만 요즘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에 없던 마음의 병을 많이 앓는 것 같습니다. 혼자 하는 고민이 무겁지 않기를, 서로 돌아봐 주는 소중한 친구가 곁에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아이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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