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가만히 들어주었어요 / 코리 도어펠트 글.그림 / 신혜은 옮김 / 북뱅크 / 2019. 5.15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제가 위로를 받고 있을 때가 있어요. 이번에 읽은 책도 그렇지요.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제 마음이 스르륵 녹는 경험을 또 했답니다. 그림책은 참 고마운 존재인 것 같아요. 이런 느낌은 단행본 책을 통해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단행본 그림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도 자꾸 읽혀주고 싶은가 봐요.

 

제목만 들어도 위로가 되지 않나요? 가만히 들어주었어. 제가 '내편'한테 자주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그냥 가만히 들어주기. 해결하려 들지 말고, 훈수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들어주기.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요? 저도 그냥 가만히 아이들의 말만 들어주는 것도 어려운데 말이죠. 

 

표지에 있는 그림도 정말 포끈하고 따뜻한 느낌이 돌아요. 그래서인지, 둘째가 이 책을 들고와 읽어달라고 했나봅니다. 참, 둘째는 토끼를 좋아하죠. 토끼때문일 수도 있겠어요. 

 

테일러라는 주인공 친구가 나와요. 뭔가 새롭고 특별하고 놀라운 것을 만들고 싶어 만들어냈어요. 

 

정말 뿌듯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그런데 새들이 날라와 모든 게 무너져버리고 말아요. 쪼그리고 앉아 있는 테일러에게 닭이 다가와요. 어떻게 된거냐고 말해보라고 재촉하는 닭에게 테일러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닭은 가버리죠. 다음은 곰, 다음은 코끼리, 하이에나, 타조, 캥거루, 뱀이 와서 나름의 방식대로 테일러를 위로하지만 테일러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혼자 남게된 테일러에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온 친구가 있으니, 그가 바로 토끼였어요. 테일러가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까지 둘은 말없이 앉아 있었지요. 

 

이 장면을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토끼의 따뜻한 체온이 저한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한 참 지났을까요? 테일러가 토끼에게 먼저 말을 걸어요.

 

이윽고 테일러가 말했어. 
"나랑 같이 있어줄래?"
토끼는 테일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어요.
토끼는 테일러가 소리 지르는 것도 가만히 들어주었어.

 

테일러가 속에 있는 감정들을 모두 꺼내는 동안 토끼는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들어주고 또 가만히 들어주었어요.

 

한참이 지나자, 테일러가 말했어요.

 

"나, 다시 만들어볼까?"
토끼는 고개를 끄덕였어.
"다시 해 볼래, 지금 당장!" 테일러가 말했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가만히 도와주는 그림책인 것 같아요. 경청과 수용에 대해 생각 해볼 수 있는 그림책이죠. 마지막 장면을 보며, 딸도 아들도 환하게 미소를 짓네요.

 

*수상이력* 

타임지 선정 BEST 10 어린이 책 2018
뉴욕 타임스 눈에 띄는 어린이 책 2018
뉴욕 공립 도서관 선정 최고의 어린이 책 2018
뉴욕 타임스 편집자 추천 도서 2018
월스트리트 저널 최고의 어린이 책 2018
인디 넥스트 리스트 선정 올해의 책 2018

 

https://youtu.be/F0I1LX1-1_U

아이들과 함께 <가만히 들어주었어> 읽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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