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아니의 호수 / 키티 크라우더 지음 / 김영미 옮김 / 논장 / 2019.10.15

 

사진출처 : 교보문고

그림을 그릴 때, 나는 그 대상에 진정으로 내가 있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나무를 그리면, 그 나무가 뿌리가 있고, 바람과 비와 햇빛을 받고 자란 걸 생각해요.
나는 아름다운 이 에너지를 최상으로 재현하려고 애써요.
_키티 크라우더

 

청각 장애로 다섯 살이 넘어서야 말을 했다는 작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새, 꽃, 돌 들을 좋아하고 장소의 아름다움에 민감했으며 책 속 세상에 빠져들었다고 해요. 반은 영국인, 반은 스웨덴 사람이나 벨기에에서 태어나 살고 있어요. 20개의 언어로 번역된 40권의 책에 대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10년 전인 2010년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비롯해 여러 상도 받았지요.  

 

작가의 이름은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책을 보고 그림의 선이 섬세한 듯 부드럽고, 그림의 색감은 아름답고 맑게 느껴졌어요. 글밥은 그림책치곤 많은데, 그림이 상당히 매혹적이라 책을 집어 들어 읽게 되었어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아니'는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창가에 앉아, 슬픈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줄곧 혼자였거든요. 엄마가 그리운 '아니'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어요. 

 

가끔, 아니는 호수를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면 배를 타고 건너가 보든가요.
직접 가서 보고 싶었거든요.
다만, 만약에 자기와 비슷한 누군가가 없으면,
얼마나 실밍스러울까 그게 두려웠지요.
그래서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답니다. 확인은 하지 않았죠.

p.6

아니는 우울해서 많은 것을 하지 못해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왜 이럴까 생각하기도 하죠. 아니의 우울함을 반영하듯 그림의 색채는 거뭇거뭇해요.

 

식사 후, 아니는 호수 저편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누군가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나와 있나 보려고 말이죠.

하지만 전혀 없어요. 

 

 

아니의 우울함과 외로움에 읽는 우리의 마음도 어두워질 찰나, 분위기가 마법처럼 바뀌게 되어요. 

 

호수로 몸을 던진 '아니'가 아름답게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어요. 그런데, 엄청나게 큰 손이 천천히 다가왔고, '아니'는 기절을 하게 됩니다. 기절한 아니가 거인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장면의 색감은 따뜻하게 바뀌죠. 레몬색의 거인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평화롭고 부드럽게 달라집니다.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는 적요함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요. 독자들에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깊이 있는 위로감을 전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시공간을 넘나들지만,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는 않아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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