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꼬마 게야! / 크리스 호튼 글 그림 /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9.07.26.
<걱정 마, 꼬마 게야!> 책의 표지 그림이 익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크리스 호튼 작가 그림책 한 번 본 듯한데, 찬찬히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찾아보니 집에 원서 그림책이 한 권 있네요. 잘 모르고 있던 작가인데, 색채가 아주 예술이라 몇 페이지 넘겨보고 반했어요. 책을 읽으며 다채로운 색감에 흠뻑 빠져든 느낌이 들었어요.
꼬마 게와 아주 큰 게가 등장해요. 엄마와 아이 관계인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아주 큰 게는 '바다 경험을 해본 게'이고 꼬마 게는 '바다 경험이 없는 게'인 것 같아요. 이 둘은 큰마음먹고 바다에 가 보기로 했어요.
꼬마 게가 씩씨하게 말해요.
"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처음 바다를 본 꼬마 게는 놀라요. 광활한 바다가 무섭게 두렵게 느껴지나 봐요. 그래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지요. 아주 큰 게는 꼬마 게를 다독여요. "걱정 마, 괜찮을 거야." 하지만 더욱 큰 파도 앞에서 꼬마 게는 선뜻 바다에 들어가질 못해요. 아주 큰 게는 또 다독여요. "조금만 더 다가가 보자. 너도 곧 바다를 좋아하게 될 거야."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꼬마 게에게 아주 큰 게는 천천히 다독이고 용기를 주어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는 자주 새로운 일과 마주하게 돼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이도 유치원 입학을 앞둔 작은 아이도. 퇴직을 하고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려고 마음먹는 저도 마찬가지예요. 낯설고 새로운 일들은 우리를 주저하게 하기도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해요. 그러나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바다에 들어가 봐야,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바다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 우리 아이들에게도 긍정적 메시지로 다가올 것 같고, 어른인 저에게도 정말 큰 용기를 주는 듯한 그림책이에요.
용기를 내어 바다에 들어온 꼬마 게가 집에 가기 싫어하지요. 한 번 바다에 들어오고 나니 새로운 길이 두렵지가 않아요. 그러자 아주 큰 게는 말해요.
"이제는 너도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 둘은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났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작은 게가 아주 큰 게는 대견스럽겠지요. 어디든 잘 갈 수 있으리란, 믿음도 생겼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입학이 자꾸 연기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둔 두 아이에게 아주 큰 게처럼 용기를 주고 싶어요. 아이들의 마음 상태에 귀 기울이고, 아이 걸음 속도에 맞추어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어요. 어디에 가든, 어디에 있던 넌 잘할 수 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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