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풀 친구 / 사이다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07.26.

이미지출처 : 교보문고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표지 색도 마음에 끌리고, <고구마구마>라는 재미난 그림책으로 알게 된 사이다 작가의 그림책이기도 해서, 집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고구마구마> 작가의 책이라고 알려주니 아이들도 읽어보고 싶어 했지요. 

 

이야기는 한 명의 사람과 닮았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온기가 느껴지지 않으면,

물리적인 균형이 맞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다니지 못한다.

느낌이 비슷한 사람은 있지만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거인이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듯, 규모가 크거나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만이 사랑받는 것도 아니다.

독자에게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이야기의 독창성이다.

독창적인 것은 낯선 것과 달라서 처음 보는 것이라도

친숙한 무엇을 갖고 있다. 바로 그런 작품을 찾고자 했다.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심사평(심사위원 김수정, 김지은, 조은수)

 

그림책은 "우리는 잔디. 여기에 산다"로 시작되요. 마지막 장에 다다르기 전까지 이 풀숲 배경이 골프장이란 사실을 눈치챌 수는 없어요. 똑같은 모양으로 머리가 잘리고, 함께 즐겁게 놀던 친구들이 사라진 이유를 잔디는 어리둥절해하며 알지 못하지요. 

 

 

우리 삶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묵직한 이야기 인 것 같아요. 개인의 독창성을 존중하기보다, 단체에서 통솔하기 쉬운 개인이기를 바라죠. 인공적 조경으로 희생당해야 하는 자연의 본모습이기도 하고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잔디가 천편일률적인 모양새로 머리가 잘려 있는 모습이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길이의 머리 모양을 한 군인을 떠오르게 하네요.(이 부분은 제가 전역일을 앞둔 여군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아이들과 잠자리에서 훑어 볼 땐 한 없이 가벼운 듯한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찬찬히 한 장 한 장 글자를 만지며 읽으니 느낌이 달라요. 간과하고 있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대한 메시지가 느껴져요. 

 

다양한 친구들과 뒤썩여 건강한 자연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잔디에겐 더욱 즐거운 일일 거예요. 제거되고, 깎이고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모습만 그럴듯한 자연이기보다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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