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내 친구 알피 / 티라 헤더 지음 / 지혜연 옮김 / 보림 / 2019.03.25.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간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아이보다 제가 더 재미있어할 때가 있어요. 이번에 읽은 <내 친구 알피> 책도 그랬어요. 6살 생일날 니아는 거북이 알피를 가게에서 집으로 데려와요. 니아의 시선으로 본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뒤이어 거북이 알피의 시선으로 본 니아의 이야기가 나와요. 

 

작년 10월 큰 아이의 생일 무렵, 저희 가족은 수원까지 가서 전갈을 데리고 왔어요. 큰 아이는 사슴벌레를 집에 데리고 오고 싶어했지만, 가게에 사슴벌레는 없었어요. 타란툴라, 전갈, 도마뱀, 뱀, 거북이 등등이 있었어요. 

 

그 곳에서 7살이던 큰 아이는 가장 어린 전갈을 선택했어요. 곤충이던 파충류던 전갈목에 속하는 전갈이던 아이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가장 어린 전갈을 데려왔지요. 투명한 흰색의 전갈은 제 엄지손톱 사이즈 정도 되었어요.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은 탈피를 한 차례 하고, 검은색으로 변했으며 크기는 제 새끼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항상 숨어 지내는 녀석이라, 파놓은 굴 입구에 밀웜을 한 주에 한 번씩 먹이며 작은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아이가 기뻐한답니다.

 

구피, 전갈, 넓적 사슴벌레, 꽁무지 애벌레를 키우고 있는 큰 아이에겐 이 책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니아의 7번째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마당을 헤매고 다니는 거북이의 모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줘요. 거북이가 발견한 파란색 모자는 병뚜껑이고 거북이가 말하는 사막은 마당의 모래밭이거든요. 

 

참으로 유쾌하면서도 재미난 그림책이지요. 책이 끝날 때까지, 우리 아이들은 숨죽이며 봤어요. 니아와 거북이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책을 다 읽고 책의 뒤편에 '작가의 말'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어요. 

 

실제로 나는 여섯 살이 되는 생일날 알피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알피의 모든 것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간식을 만들어 주어도 알피는 먹지 않았고, 미로를 만들어 주어도 뛰어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알피에 대해 시들해졌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알피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어른이 되고 어느 날 저녁 문득, 나는 집 안을 어슬렁거리는 알피를 따라 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알피가 슬리퍼 안에 고개를 집어넣는 모습을 보고, 라디에이터에 등을 문지르는 것도 보았습니다. 나는 알피에게 다시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거북이의 수명이 길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수명이 15년 정도인 전갈과 18개월 정도 살 수 있는 넓적 사슴벌레의 아빠인 큰 아이는 오래 사는 거북을 키우는 작가가 부럽다고 했어요. 

 

정말 사랑스런 책을 만나 저는 마음이 말랑해졌고, 순간적으로 아이가 거북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에 '좋아'라고 말할 뻔했네요. 곤충을 유독 좋아하고 동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큰 아이는 조금씩 조금씩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곤충이나 동물을 늘려가려 하고, 남편과 저는 필사적으로 막고 있어요.

 

또래 친구들은 생일에 보통 장난감을 사달라고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곤충이나 동물, 식물을 갖고 싶어해요. 남편과 제가 의논을 하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이가 원하는 친구들을 들였고 아이는 데려온 친구들을 비교적 잘 챙기고 있어요. 

 

그들의 집에 데려온 날짜를 적어서 붙인다던가, 먹이 주는 날을 잊지 않고 챙겨 준다던가 하는 것은 오롯이 큰 아이의 몫이에요. 저는 거의 거들지 않고 있어요. 한 번씩 전갈이 바깥에 나왔다고 말하면 달려가 구경 정도는 하는 편이에요.

 

<내 사랑 알피>를 보며 동물들과 교감하던 어린시절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내 나름 챙겨주고 말도 걸어주지만, 무심한 듯하게 반응하는 동물들한테 섭섭했던 기억이 있는데 책에서 그때의 느낌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어요. 아이가 보기엔 더욱 공감이 가고 좋지 않을까 싶어요.

 

거북이의 입장에서 얼마나 니아를 좋아하고 니아의 생일선물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간다는 설정이 동물들한테서 느꼈을 아이들의 답답함에 귀한 선물을 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로 언어로 대화할 수 없지만, 동물들이 저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림도, 참 밝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아이와 오늘 저녁에도 잠자리에 이 책을 읽게 될 것 같아요. 

 

  

 

https://youtu.be/At0rUCyCZYw

아들이 키우고 있는 전갈, 사슴벌레, 딱정절레 밥주는 영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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