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는 예민해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로 국민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저 역시 한 달 가까이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내며 지칠 대로 지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바깥에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상황의 답답함 보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과 지내는 틈틈이 블로그 글을 쓰고, 책도 읽기는 하지만 집중해서 단 30분 이상 무언가 나만을 위해 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최근 들어 남편이 주말마다 하루 정도는 일을 하느라, 주말까지 독박 육아가 이어지고 남편이 쉬는 하루는 남편을 배려하다 보니 아이들을 제가 보는 상황이었어요.
한 달 넘도록 나만의 자유시간을 단 1시간도 갖기가 어려웠는데, 그것이 축적되고 축적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 같아요.
2. 분배하지 못한 집안일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저의 가사노동은 2배로 늘어나는데요, 남편이 외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주말이면 남편과 아이들 밥과 간식 챙기느라 더 바쁜 시간의 연속이에요.
아이들 노는 것 치우는 것도 하루에 한 차례면 충분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하루에 3차례는 치워야 하고 심심한 아이들이 집안 물건을 망가트리는 일도 종종 발생되지요. 최근엔 공기청정기에 장난감을 넣어, 공기청정기를 들고 LG서비스센터까지 다녀오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음식을 먹고 발생한 쓰레기를 아무곳에 버린다던가 자기가 놀고 난 장난감을 정리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아, 최근에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했어요. 큰 아이는 비교적 잘하는데, 둘째가 자꾸 도망가서 많이 혼내기도 했지요. 몇 번 혼도 내고, 먹을 것으로 보상해주고 했더니 요즘은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은 정말 밥 먹고 그릇을 치운다거나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 일 조차도 하지 않는 스타일의 남자에요. 뭐, 예전 같으면 제가 그냥 기분 좋게 할 텐데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때에는 남편에게도 잔소리를 퍼붓게 되죠.
지난 주도 밥 먹고 나서, 그대로 둔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치우지 않았지요.
3. 남편의 주말과 나의 주말
평일엔 아이들 밥만 신경 쓰면 되지만, 주말엔 남편의 식사까지 챙겨야 하니 에너지가 두 배로 더 들어가요.
남편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부엌에서 가사노동을 한 저는, 식사 후엔 또 설거지를 하느라 바쁘고요.
남편은 평일에 일을 했으니, 주말엔 늦잠도 자고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폰게임을 하며 쉬는 시간을 갖는데
나는 언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어요.
남편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틈에, 잠시 앉아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이 시간을 남편은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글을 쓰다가도 중간 중간 남편과 아이들의 요청 사항에 응하고 그에 따라 간식이며 먹을 것을 챙겨서 줬는데 말이죠.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언제였나 생각하니 슬퍼지더라고요.
4. 그리고 얻은 자유시간
묵묵하게 참고하면 원래 잘하나 보다 여기기 마련이라며,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라는 친언니의 말에 따라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어요. 나만의 시간이 나도 필요하다고, 나도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이지요.
같은 공간에서 남편이 아이들을 봐 주는 것은 내게 제대로 된 휴식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남편은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테니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했지요. 너무도 반가운 남편의 말에 머리도 말리지 않고, 도망치듯 제가 읽고 싶은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집에서 나왔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내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이에요.
집 앞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그리고,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블로그 글쓰기와 책 읽기.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싶지만, 아이들과의 거리두기를 위해 제가 선택한 휴식은 카페에서의 시간이에요.
이렇게 또 충전을 하고나면,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좀 더 부드러운 엄마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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