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작년 가을 7살 아들에게 <마지막 이벤트>라는 동화책을 읽어주었어요. 할아버지와 손자의 재미난 일상 이야기로 시작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오는 이야기예요. 아이는 정말 재미있어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에겐 시 백부, 아이에겐 큰할아버지가 돌아가셔 장례식장에 다녀왔어요. 

 

아들은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제게 말했지요.

 

"엄마 마지막 이벤트 책에서 나온 것처럼 상복도 입고 그렇게 하는 거 맞아요?"

"응, 맞아. 큰할아버지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는 시간이야."

 

그리고, 얼마 전 윤지회 그림책 작가의 투병 그림에세이 <사기병>을 제가 읽고 식탁에 두었는데요, 아들이 소파에 앉아 혼자 읽고 있더라고요. 저는 너무 슬퍼 자기 전 이 책을 읽고, 다음 날 눈이 퉁퉁 부었었죠.

 

아들 이해하기엔 감정적으로 다소 난해하지 않을까 싶어 책을 보는 아이에게 정말 슬픈 책인데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아들은 괜찮다고, 말했었지요. 책은 반 정도 읽은 것 같았어요.

 

다음 날, 아이들 잠자리에 함께 누워 작은 아이가 잠이 들도록 기다리고 있는데, 큰 아이가 흐느끼며 제게 말했지요.

 

"엄마, 저는 엄마 아빠가 안죽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가 불로초를 먹고 평생 살아계셨으면 좋겠어요."

"불로초? 불로초가 뭔데?"

"먹으면 늙지 않는 풀이요."

"어떻게 알았어?" 

"책에서 봤어요."

 

그 뒤에도 아들은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거실에서 글을 쓰는 제게 와 죽음에 대해 몇 번 더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엄마, 저는 안죽고 싶은데 죽으면 어떻게 해요?"

 

죽음이란 것에 대해 지금 한 참 고민할 시기여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에 읽은 <사기병> 책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의 고민에 대해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저 역시 고민이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저도, 엄마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부재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상상하며 두려워했던 때가 있었어요. 머리에 흰색의 핀을 하거나, 잘 때 이마에 손을 얹고 자거나 하면 부모님이 빨리 돌아가신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는 베이지색 핀도 머리에 꽂지 않았고, 손을 어깨 위로도 올리지 않고 잤던 기억이 있거든요.

 

밤에 누워 잠이 오지 않을때 이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요즘 같은 시기에 큰 아이도 바깥 활동을 많이 못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이 안된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마스크 끼고 아이와 아파트 공터에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죽음이란 주제로 쓰인 그림책을 같이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미 읽어봤던 그림책도 있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도 있어요. 아이 키가 자랐듯, 생각도 많이 자랐으니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아이 스스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림책이라는 훌륭한 지침서가 있어 이럴 땐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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