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기억의 풍선 / 제시 올리베스 글 / 다나 울프카테 그림 / 나란글 / 2019.09.01.

이런 따뜻한 그림책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읽고나서 며칠 동안 잔잔한 여운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림책이기도 하고요.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풍선으로 입체화 시켜 표현하고 있어요. 풍선 하나를 기억 한 덩어리로 보여주고 있지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풍선은 '지난 생일 파티의 추억으로 가득 차있는 풍선'이지요. 

 

주인공 아이보다는 엄마아빠 풍선이 더 많고, 엄마 아빠 풍선보다는 할아버지 풍선이 더 많아요. 아이는 할아버지께 풍선을 색깔별로 어떤 추억이 들어 있는지 여쭤봐요. 

 

"저 노란 풍선 안에는 뭐가 있어요?" 

"할아버지! 저 파란색 풍선은요?"

"그럼 저건요?"

 

할아버지는 어린시절 추억을 손자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할머니와 결혼하던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요.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가지고 있는 색의 풍선도 있어요. 함께 나눈 추억의 풍선이지요. 

 

그런데 할아버 풍선에 문제가 생겼어요. 풍선이 나무에 걸리거나 하면 할아버지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곤 하셨어요. 할아버지 풍선이 날아가는 상황도 생겨요. 아이는 날아가는 풍선을 잡기 위해 손을 뻗지만 할아버지의 풍선은 점점 더 빠르게 날아가지요. 

 

책을 여기까지 읽으면 이제 슬픈 예감이 밀려와요.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슬퍼하도록 놔두지만은 않아요. 

 

"할아버지는 더 이상 풍선을 꼭 붙들고 계시지 않아요."

엄마는 슬픈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어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단다."

 

엄마의 말이 맞지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요. 꼭 붙들고 싶어도, 나도 모르게 놓치게 되는 풍선이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글 쓰며 행위는 언제 놓치게 될지 모를 풍선을 묶어 놓고 달아놓고 하는 것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 책을 보며 1927년생이고 한국 나이로 93세이신 저의 친할머니 생각이났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기억의 풍선은 잡고 계시지만, 가끔 중요하게 여겨지는 풍선을 놓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아빠 어린 시절 있었던 다소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시기도 했지요. 한 번 듣기 시작하면, 무한 반복으로 들려주셔서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추억, 기억이라는 것을 풍선이란 형태로 보여주고 그것을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손자의 이야기가 정말 좋아요. 그것을 놓치며 손자는 감정적 변화를 겪지만, 지혜롭게 또 잘 순응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다소 두려운 일 중에 하나인 알츠하이머인데, 이렇게 그림책으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림책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갑자기 친구 시어머니가 기억의 풍선을 잃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생각이나요. 친구에게 선물하고, 친구가 본인의 자녀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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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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