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이 그림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책을 바탕으로

요시타케 신스케가 이야기를 생각하고, 이토 아사와 의견을 나누면서 만들었어요. 

 

2019년도 초반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책을 아이들과 많이 읽었었다. <오줌이 찔끔>, <벗지 말걸 그랬어>, <심심해>,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천국일까?> 책을 아이들이 좋아했었다.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책은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과 <아빠가 되었습니다만,>이란 그림 에세이인데 재밌어서 남편한테 읽어주기도 했다. 

 

어쩜 이렇게 아이들 관점에서 책을 잘 그리고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고 감탄도 하며 읽었었다. 이번엔 작가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썼다. 평소 내가 추측하고 예측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보이는 범위'가 다를 뿐인데

모두 굉장히 신경 써 줘서 기분이 이상했어. 

 

눈 3개인 외계인이 사는 별에 도착한 주인공은 자신들과 비교해 눈이 두 개인 주인공이 불편하지 않느냐 묻고 신경을 써준다. 자신에게 눈이 두 개가 있는 것이 평범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던 주인공은 그들의 질문과 관심에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보이는 사람과 비교해서 많은 부분이 다르다.

"자신의 일정을 글로 적는 대신 녹음해 둔다."

'목소리가 나오는 시계'나 

'만져 보고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를 사용한다.

물건 두는 곳을 정해 놓지 않으면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방이 늘 잘 정돈되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작가는 그리고 있다.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 그렇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눈이 아닌 '소리', '냄새', '촉감'으로 세상을 느낄 것이다. 

 

 

같은 곳을 보이는 사람의 세상과 보이지 않는 사람이 느끼는 세상을 표현한 그림에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정말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 그림책을 '본다'(?)면 공감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블로그는 글이 아닌 음성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원래 조금씩 다르다고. 저마다 보는 법, 느끼는 법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몸의 특징과 겉모습을 탈 것과 비교하여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몸의 특징과 겉모습은 탈것과 같아.

탈것에는 저마다 좋은 점이 하나씩 꼭 있어.

하지만 자기가 탈것을 정할 수는 없어.

그 사람의 속마음은 그 탈것을 계속 타고 온 그 사람밖에 몰라.

힘든 일이나 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야."

 

그림책의 짧은 문장 마다 밀도 높은 울림이 느껴졌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너와 내가 타고 있는 것의 다름과 생각과 관점의 다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으며, 그 다름이 주는 우리의 느낌인 긴장감을 피할 것이 아니라, 부딪히라고 말한다. 실수한 것, 생각한 것, 발견한 것들을 서로 나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다르다 할지라도 어떤 사람에게나 자기와 같은 점은 꼭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글과 그림으로 조근조근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크게 보면 같고 자세히 보면 다르다는 것을. 엄청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고. 단, 조금씩 연습을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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