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해가 뜨면 거실로 나가 바다를 보곤 했던 때가 있어요. 2013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혼살림으로 살게 된 아파트였어요. 동향이라 고민도 했지만, 바다가 보이고 복층 형식의 테라스를 갖춘 멋진 집이라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었어요.
겨울 바다와 여름 바다는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 살며 처음 알게 되었지요. 바람은 또 왜 그렇게 심하게 불던지. 파도치는 바다도 참 많이도 바라보았던 것 같아요. 그곳에 살 땐 계속 바다 가까이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3년 남짓 살다 지금의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도 바다가 다시 보고 싶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이사를 온 뒤 1년쯤 지나니 탁트인 바다를 또 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바닷가 도시로 오랜만에 갔을 때 6살이던 큰 아이가 바다 냄새가 난다며 반가워했었지요. 아이는 어떻게 바다 냄새를 기억할까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도시에서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2박 3일간 머물게 되었어요. 아이들도 저도 정말 신이났었고요.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달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아이를 보니, 예전 생각도 나고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아, 물에 발만 담갔지만, 바위틈에서 작은 게도 잡으며 오랜만에 만난 바다와의 조우를 아이도 저도 즐겼어요.
그리고, 다음 날 바다는 심하게 일렁였어요. 비와 거센 바람의 영향이었죠. 바닷가엔 사람이 없었어요. 갈매기만이 백사장에 앉아 있었지요. 자꾸 자꾸 부서지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왜 속이 후련한 걸까요?
창가에 서서 혹은 숙소 마당에 서서 파도치는 바다를 멍 때리듯 바라봤어요.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졌어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숙연해지는 마음도 들었어요. 산은 산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지닌 것 같았어요.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곳에 있어주는 바다 덕에 한 번씩 찾아와도 낯설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짠내 나는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머물었더니, 바다가 보이던 아파트에 살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올라 마음도 동했던 것 같아요.
바다야, 고마워. 항상 그 그자리 있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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