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할머니 / 윤진현 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05.01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 그림책인데, 아이들과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이야기는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꽃가마 타고 시집가는 새 각시. 굽이 굽이 산을 넘고 넘어 시집 가는 그림이 면지에 담겨 있다. 우리 할머니 시절 이야기 혹은 엄마 세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림의 색감이 좋다. 새 색시도 앙증 맞고 귀여운 케릭터로 표현된 것 같다. 시골에 있는 집들이 그렇듯 대청마루, 가마솥, 옛날식 부엌이 살림을 하는 엄마들에게 얼마나 고된 공간이었을지... 친정엄마도 그림책에 나오는 곳과 같은 공간에서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살림을 하셨는데, 그때의 고충을 지금도 듣고 있다.
예전엔 또 식구도 많았다. 할머니, 고모, 삼촌도 한 집에서 같이 살았고 식구들 먹는 밥과 빨래 청소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코끝이 시큰해졌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고.......
그러는 동안 새 각시 얼굴은 거뭇거뭇, 곱디고운 새 각시 손이 거칠거칠, 곱디고운 새 각시 주름이 쪼글쪼글해졌다.
고릴라 할머니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친정엄마 생각도 나고 이제 93세이신 할머니도 생각났다.
우리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옛날 이야기로 이렇게 그림책으로 읽게 되겠지. 그 시절을 거칠한 손과 주름으로 관통한 엄마를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아이들에게 그림 한 장 한 장 다시 보여주며, 외할머니께서 이렇게 사셨다고 말해주었다. 아들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친정엄마께도 시어머니께도 이 책을 선물해드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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