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서 유추가 되지 않나요? 할머니가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갔다는 것을요. 저도 94세 할머니가 아직 살아 계세요. 친정에 가면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니께 다녀오곤 해요. 아이들의 증조모, 저에겐 친할머니는 정말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혼자서 잘 씻지 못하고, 혼자서 요리도 못하시지요. 그래서 친정 엄마는 자주 할머니를 찾아뵙고 씻겨드리고, 집 청소도 하고, 반찬도 해서 가져다 드리고 있지요.
할머니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어리광도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엄마가 씻겨드리겠다고 하면, 싫다며 고집을 피우고는 하시거든요. 엄마는 할머니께서 엄마가 하자는 것을 잘 따라주지 않는다며 속상해하셔요. 어린 우리를 키울 때처럼 말이죠.
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우리의 주인공과 많은 부분 닮았어요. 아이의 모습을 한 할머니지요. 아이의 모습과 닮은 할머니를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할머니가 아주아주 늙었다고 해요.
하지만 나는 알아요.
할머니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걸요.
우리 할머니도 그런 것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 엄마로 어른으로 살아오셨는데 90세가 넘어서면서 더 이상 어른으로 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냥, 마음속 어린아이로 돌아가 편하게 살고 싶은 걸 수도 있어요. 보살펴온 자식에게 이젠 보호와 관심을 받으면서 말이죠.
아이의 눈높로 해석하고 있는 할머니의 침해가 천진난만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책이에요. 기억을 지우는 병, 슬프게만 봤는데 그저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의 욕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을 읽으며,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시어머니를 둔 친구가 생각이나요.
이렇게 책으로 읽는 것과 현실은 다르지만, 아이들이 아픈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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