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꼬마 / 이마무라 아시코 & 사카이 고마코

울보 꼬마 / 이마무라 아시코 글 / 사카이 고마코 그림 /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0.08.30.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저는 인형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인형 하나 사서 쥐여주면 애지중지 오랜 시간 동안 들고 다니며 애정을 쏟았지요. 그랬던 저이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은 인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없애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애정만 있지, 정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방이 어지러운 이유가 이 인형 때문인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런 인형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책을 읽었어요. 인형들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동화책에 가까운 책이에요. 그림보다 글이 훨씬 많거든요. 글밥이 많았지만, 아이가 따라오는데 전혀 문제는 없었어요.

 

 

기린, 사자, 코끼리 인형은 가출을 감행해요. 왜 가출을 했을까요? 바로 인형을 가지고 노는 울보 꼬마 때문이지요. 울보 꼬마가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가출을 했어요. 그러나 멀리 가지는 못해요. 길에서 만난 쥐가 꼬마가 아주 슬피 울며 인형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기 때문이지요.

 

꼬마가 어쩌고 있는지 궁금해진 인형들은 힘을 합쳐 꼬마의 방을 들여다봐요. 꼬마는 줄곧 엉엉 울며 인형들을 찾고 있어요. 우는 꼬마를 보니 인형들은 어딘가 가버릴 생각을 더 하지 못해요.

 

아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것을 대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그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지요.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지만, 인형이 혹은 장난감 입장에서는 괴롭고 싫을 수 있는 행동은 없었을까 고민해보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삶에 마주하는 많은 사물을 좀 더 다각화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지요.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면 좀 더 풍성하게 보이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 역시 세상의 모든 일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인형의 입장도 되어보고 장난감의 입장도 되어보고, 동물의 입장도 되어볼 수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보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인형이 느끼는 갈등은 우리 아이들이 일상에서 충분히 느껴봄직한 갈등일 테니 말이지요. 

 

그림책으로 생각했다가 책장을 열었지만 꽤 길게 이어지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나 아이가 잠들기 전 잠자리에서 읽기엔 충분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해요.  

 

 

 

 

울보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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