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 유가은

연결 / 유가은 글. 글림 / 길벗어린이 / 2020.06.20.

 

어떤 책일까, 궁금해하며 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어요. 단조로운 듯한 그림이 등장하자 아이들은 큰 기대를 보이진 않았어요. 저 역시, 그림에선 다소 건조한 기운이 느껴졌었죠.

 

 

표지에 있는 와이파이 그림은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들은 표지를 가지고 이리저리 비춰보며 한 참을 보았지요. 와이파이는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노트북과 세상을 연결시키는 신호와 같은 것이지요. 책은 그 무엇과의 연결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걸까요? 

 

 

 

 

책을 읽으며 저는 아이와 엄마의 연결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10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탯줄로 연결된 아이. 강력한 신호가 느껴진 어느 날, 아이와 엄마는 드디어 만나게 되지요. 

 

 

시간이 갈수록 아이와 엄마는 점점 더 서로의 신호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되지요. 아이의 표정, 울음 소리만 들어도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니 말이죠. 

 

 

어느새 너는 훌쩍 자라

더 이상 나에게 신호를 보내지도,

내가 보내는  신호에도 응답하지 않았어.

 

엄마와 연결되어 있는 아이는 어느 순간이 되면 신호를 보내지도 신호에 응답하지도 않게 되어요. 우리 아이들이 겪는 사춘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제게 아직 먼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러한 순간이 오면 얼마나 서운할까 생각하게 돼요. 좀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생각해요.  

 

 

 

하지만 기억하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외롭고 힘든 순간에도

나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걸.

 

이 대목을 보는데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흘렀어요.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떠올리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부모님의 큰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인 것 같았어요.

 

 

엄마 아빠 곁을 떠나 배우자를 만나는 순간에 대한 표현인 것 같아요. 

 

너와 다르지만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나는 날도 오겠지?

 

다르지만 잘 맞는 누군가란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아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여요. 우리 아이들도 다르지만 잘 맞춰가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그때가 오면 둘만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렴.

너희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멋지게 살아가기를 바랄게.

 

엄마와 아이가 연결되어 있는 연결고리를 풀어야 하는 순간이 바로 이때가 아닐까요? 마음에서 놓아주기. 어렵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일테지요. 쉽지 않지만 둘만의 여행을 손뼉 치며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는 너만의 신호로 너의 세게를 만들어 가렴.

 

저는 아이가 주체적인 삶을 잘 살아가길 바래요.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말이죠. 엄마 아빠가 보호막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때가 지나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지요.

 

그래서 이 장면이 참, 좋게 다가왔어요. ^^

 

 

IT기계에 능숙한 아이들에게 전하는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다소 간결하고 딱딱해 보이는 그림에 대비되는 글이 정말 좋아, 감동적으로 읽은 그림책이에요.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이 이 그림책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 그림책을 자신들의 아이에게 읽어줄 때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그림책은 보이는 부분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 장르지만, 깊이 있게 들어가서 바라볼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란 생각을 말이죠. 오랜만에 그림책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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