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말고 뭐라도 해볼까?

어느새 바람 / 남윤잎 그림책 / 웅진주니어 / 2020.03.20.

어느새, 계절은 봄인데 마음은 아직 겨울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급진적인 전파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멈춤을 당했지요. 바람도 느끼고, 꽃도 구경하고, 맑은 하늘도 올려다보고 싶지만 움츠러진 마음은 쉽게 펴지질 않네요. 

 

내 손 안에 작은 미술관, <어느새, 바람>이 있어 봄도 느껴보고 계절 변화도 느껴볼 수 있음에 감사하 마음이 들었어요. 책 속의 벚꽃을 보니 실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살고 있는 아파트에 피어 있는 벚꽃 아래에 와서 구경도 했어요. 

 

책 커버 그림은 잔디밭 위에 놓인 책처럼 보여요.  

 

그래서 저도 잔디밭 위에 책을 놓아봤어요. 커버의 그림처럼 아직 푸릇푸릇하진 않지만, 곧 초록이들이 올라오겠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싹들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아요. 한 여름이 되어야 초록으로 물들 수도 있겠어요.

 

바쁜 일상 속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이 그림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림책에서 잔잔하게 하고 있는 말이, 일상의 고요 속에서 풍경을 보고 있는 우리의 귓가에 속삭이는 말처럼 들려요. 

 

살랑, 계절이 다가오는 소리.
바람은 하늘하늘 귓가를 간질이고
가만가만 소리 없이 
향기를 실어 나른다.

 

사실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아요. 그림에 마음을 이미 빼앗겼거든요. 

 

 

우리 자주 보던 장면들도 그림으로 표현되면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개나리도 벚꽃도, 연립주택도 모두 아름다운 일상의 한 장면으로 보이지요. 

 

 

회사 사무실 풍경도 작가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아름다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장면을 보면, 지금 이 시간 일을 하고 있을 남편이 떠올라요.

남편 회사의 창 밖 풍경이 이처럼 예뻤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하루

그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함이 요즘은 그리운 것 같아요.

 

이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디 위에 옅은 나무 그늘이 보여요.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들이 무척 평화로워 보이네요. 

 

바람은 우리 일상 구석구석 촘촘히 시간을 쌓고 있어요. 지금처럼 평범하지 않은 일상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요. 우리가 마음의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둔다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저 보는 것만으로 위로와 위안을 주는 그림책이 아닌가 싶어요. 한 장 한 장 그림을 만져보고, 음미하고 싶은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단행본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데요, 아이들보다 제가 더 큰 위로를 받을 때가 있는데 이 번 그림책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 들어요. 

 

따뜻한 그림 풍도, 시와 같은 글귀도.... 참,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최근 찍어둔 꽃 사진을 모아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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